해군기지 논란 10년...<2>법적 공방과 쟁점

2011. 09.06(화) 08:53

[정순용/記者] 지난달 31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포구 동쪽 해안에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공사방해를 금지하는 내용의 제주지방법원 고시문이 세워졌다.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를 둘러싼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져 법정에서까지 2년 넘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부(해군)·제주도가 1심과 2심 등에서 사실상의 승소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이처럼 사법부를 통해서도 사업의 명분을 확인하고 적법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해군기지 반대 측에서는 법원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최종심 판결 등에서는 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면서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 공방 잇따라=해군기지 추진에 따른 법적·행정적 절차를 둘러싸고 행정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강정마을회가 주도하고 있다.



해군은 그동안 사업 추진과정에서 관련 법적·행정적 절차를 준수했고, 정상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강정마을회 등 반대측은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법적 소송을 선택했다.



첫 번째 공방은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이하 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



국방부가 서귀포시 강정동에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2009년 1월 21일 실시계획을 고시하자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 438명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같은 해 4월 20일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이뤄진 실시계획 승인은 위법하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2010년 3월 17일 당초 실시계획 가운데 일부 사업부지 면적 등을 변경, 실시계획을 변경 승인해 고시한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해 7월 15일 “당초 실시계획 승인 처분은 무효이지만 변경 실시계획 승인처분은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당초 실시계획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평가를 하지 않은데다 제주도지사 등과도 협의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국방부가 이를 승인했다”며 무효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그러나 “최초 실시계획 승인 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고, 도지사와의 협의를 거쳤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제시된 주민 의견을 반영해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는 등의 과정을 밟은 만큼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3부도 올해 6월 16일 원고 및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 원심대로 판결했다.



하지만 강정마을회는 1·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놓고 있다.



두 번째 공방은 ‘(강정동 해안)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처분 무효확인 소송’.



강정마을회와 주민 23명은 지난해 1월 25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상대로 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도의회 동의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고, 도지사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절대보전지역은 강정동 해안의 경우 82만6194㎡로 이 가운데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개발행위를 위해서는 10만5295㎡를 해제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주지법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원고들에게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 또는 관계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소를 제기할 원고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강정마을회와 주민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광주고법 제주행정부도 역시 올해 5월 18일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강정마을회가 상고,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세 번째 공방은 ‘공유수면 매립 승인처분 취소 소송’.



강정 주민 379명이 지난해 4월 29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을 상대로 절대보전지역 변경 처분을 전제로 한 공유수면매립 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소송은 부산지법 행정2부에서 1심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올해 2월 28일 공유수면매립 승인처분 취소소송 판결 선고시까지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강정마을회의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다.



공사 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정부(해군)도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지난 6월부터 반대 측에 의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법의 심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7월 7일 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단체 등 77명(5개 단체 포함)을 대상으로 제기한 ‘공사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지법 제3민사부는 지난달 29일 정부의 신청 내용을 일부 인용, 사실상 정부 입장을 수용하고 공사를 방해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군이 신청한 대상자 가운데 42명(개인 37명·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에 대해서는 해군의 사업 예정지인 토지 및 공유수면에 대한 사용 및 점유를 방해해서는 안되고, 시설 공사를 위해 공유수면에서 항행하는 것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또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각 200만원씩을 해군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공사를 재개하는 명분을 갖게 됐고, 공권력 투입과 함께 사업 추진에 가속도를 내게 됐다.





전국타임즈/정순용記者 ch4895@naver.com        전국타임즈/정순용記者 의 다른 기사 보기